(로맨스 소설 추천) 키메라 - 홍수연
주인공
신정은
차신현
예쁜거로는 어디서도 꿀리지 않는데, 똑똑함으로는 항상 기가 죽는 여자
영어든 수학이든 공부 머리는 하나 없지만, 눈치 빠르고 영악하고 사업수완만은 만랩이라
국내 현금 보유율이 제일이라는 최고의 신붓감(?) 이기도 한 정은은
자신을 경멸하는 차신현을 사랑하고 있다.
감정 DNA가 제거된 듯 연구에만 미친 유전공학자 아버지와
코끼리 같은 외모지만 남편과 딸에게만은 진심이고 최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그런가
성격에 결함도 많아서 이기적이고 건방지고 허영기도 많지만
도저히...미워할 수 없는 여자가 신정은이다.
유전자 조작으로 세 부모를 두고도, 천애 고아로 자란 차신현은
외모부터 두뇌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완벽한 남자이지만
자신을 후원해 준 혜조의 딸 정은에게만은
차갑고 냉정하고 매몰차기까지 하다.
하지만, 실은 어린 시절부터 동경처럼 가슴에 품어 온 정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자격지심과
혜조를 배반할 수 없는 마음에
늘 철벽처럼 혐오를 두르고 정은을 대해왔던 것이다.
잠깐, 불붙듯 뜨거웠던 두 사람이지만, 결국 신현은 정은에게 버림 받고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마음인지라 끝내 한국으로 돌아와
정은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연찮은 기회로, 자신이 한 세포 안에 두 명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키메라' 라는 걸 알게 된 신현은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드러난 진실 앞에서 정은은 또 다시 신현을 버릴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전체적으로, 쌍방 삽질 로맨스라고 해야 하나....
처음엔 혐관으로 시작되는 관계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서로 어린 시절처럼 운명처럼 빠져들었음에도
부모가 저지른 짓 때문에
진심을 감추고 냉랭하고 혐오하는 척, 오만하고 가벼운 척 했던 것이다.
크게 어떤 사건이 빵빵 터지지는 않지만
정은과 신현의 시점이 오가면서
드러내지 못하는 서로에 대한 애증과 집착, 욕망과 그리움을 그려내는데
그 담담한 독백같은 서술들이
그저 절절해서 세 권이나 되는 분량의 소설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어쩜, 달콤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데도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는데도
이렇게 달달하고, 안타깝고, 애절할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홍수연' 작가님 작품을 모두 읽어 보았는데
다른 소설들도 재미있었지만
이 소설은 내 베스트 리스트로 꼽을만큼 취향 저격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한 척 노력형 미인인 정은의 캐릭터가 맘에 들었다.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안 그런척
나약하고 인간적이지만 쎈척, 냉정한 척
먹고 싶지만 안 먹고싶은 척
사랑하지만 안 사랑하는 척
이 척쟁이 정은이
부모님의 업보를 대신해 신현에게 갚아주기 위해
오랜 세월 그를 지키며 그리워 하는 모습이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다웠다.
유전공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중요한 소재라 자칫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정은에게 딱 감정이입해서 읽다보면
가볍괴 완독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