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연
이지은
박보검
오늘은 넷플릭스에서 절찬 방영중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아직 엔딩도 나지 않은 드라마를
벌써 리뷰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좀 설레발 같고, 오지랖 같을 수 있겠는데
극의 3/2가 지난 시점까지 이어오던 이러한 것들이
엔딩에서 주저앉을 수 있을까....생각해보면
이 드라마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드라마가 용두사미처럼 후반부에서 주저앉거나 망친 경우도 많았지만
이 드라마가 후반을 말아먹더라도
지금까지 달려 온 3막까지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추천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겨서
오늘은 과감히, 아직 방송중이 드라마를 리뷰해 보는 것이다.
처음 드라마를 접했을 때만 해도
섬 소년, 소녀의 순박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려나 했었다.
이미 황순원의 <소나기>에 단련된 대한인들이 과연 이 드라마에 열광할 수 있을까....싶기도 했고...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섬소년과 섬소녀의 사랑 이야기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그들을 둘러싼 가족과, 환경과, 운명과, 시대상, 그리고 삶과 죽음 모든 것이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절묘하게 어우러져
소녀와 소년이 성장하고, 사랑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요망진 섬소녀 오애순과, 무쇠같고 우직한 애순이 바라기 팔불출 양관식은
제주의 한 마을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이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물질하는 엄마와도 떨어져 친가에서 구박아닌 구박을 받는 소녀 애순 곁에는
항상 관식이 있다.
그들이 자라고, 애순이 엄마를 잃었을 때에도, 부산 공장에 보내질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서른 살 나이 많은 남자의 재취로 들어갈 뻔했을 때에도 관식은 항상 애순 옆에 있었다.
결국 둘은, 관식 엄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여 세 아이를 낳고 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큰 딸 금명이가 자라
애순이가 이루지 못한 대학과 육지의 꿈을 모두 이루어주고
또 다시 그들처럼 사랑하고 성장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큰 맥락에서는 사실 그닥 새롭지도, 극적이지도 않을 이야기였다.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남은 내용이 갑자기 센세이션하게 흘러갈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재미있고 잘 만들어졌다고 느껴지는 데에는 나름의 매력이 뚜렷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몰입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드라마든 소설이든, 시청자나 독자가 몰입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탄탄한 스토리 구조라던가, 속도감있는 전개, 동질감을 느낄 인물....
이 중의 하나의 조건만 맞아도 보는 사람은 쉽게 몰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그 중, 인물에 대한 동질화가 큰 것이 몰입감을 키우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몇 년만 더 어렸더라면, 난 금명이가 되어 이 드라마를 보았을 테지만
지금 나는 매번 애순이가 되었다가 금명이가 되었다가 한다.
어느 순간에는 애순이의 엄마도 되었다가, 애순이의 할머니도 될 수 있다.
그만큼, 스토리나 인물들이 전형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그 시대상을 잘 드러내며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애순이를 통해 우리 엄마가 보였다가
금영이를 보며 내가 애순이가 되었다가
동시대는 아니지만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이 사실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남자들의 경우, 모두 관식이 같은 아버지가 있지는 않겠지만
때로는 부상길이를 보며 아버지를 투영해볼 수 도 있으리라..
어찌보면 너무 흔한 그 시대의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 딸내미, 아들내미 들이어서
오히려 더 애틋해지고 더 울컥해지게 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묘미가 되었다.
두번 째 이 드라마의 매력포인트로는, 배우들의 열연에 있다고 보겠다.
보기 드물게, 이 드라마는 극본과 연출과, 연기가 모두 훌륭하고, 그 합도 치우침없이 잘 맞는다고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배우들의 연기는 어느 누구 하나 버릴 게 없다 싶을 정도로 훌륭했다.
애순 엄마의 투박하면서도 속정이 느껴지는 캐릭터부터,
오망진척 다하면서도 순애보를 잃지 않는 애순이까지,
하다못해 주변에 양념처럼 늘 등장하는 해녀 이모들까지 각자 제 몫을 뚜렷이 해 준다는 느낌이다.
특히나, 외모를 모두 포기하고 촌스럽고도 사랑스러운 애순과 관식을 연기한 이지은과 박보검의 역할이 컸다 할 수 있겠다.
동명이를 잃고 우는 둘의 연기에서
그 누구도 그저 '연기'로만 느끼지는 못했을 터...
굵직한 중견배우들의 무게중심에 치우치지 않은 두 젊은 배우의 노력이 너무나 가상했던 드라마다.
세번 째 이 드라마의 매력을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7~80년대의 시대상을 잘 고증해 냈다는 것을 들고 싶다.
한때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이미 한 번 복고의 맛을 본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에도
이 드라마의 세심한 배경설정과 섬세한 소품들은 꽤 만족스러웠으리라 본다.
그 시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젊은이들은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을 것이고
그 시대를 거쳐온 세대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매회, 매 순간, 울고 웃으며 보게 된 드라마는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이지만 남은 회차도 이렇게 기대를 안게 하는 드라마도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내 딸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내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시어머니와도 함께 보고 싶은 그런 드라마였다.
세계적인 넷플릭스 팬들도 환호하고 열광한다는 걸보면
다른 시대, 다른 환경에서 살았어도
인간이 가지는 보편적 감정과, 인생에서 겪게되는 그 과정들은 모두 크게 다르지 않은가 보다.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향토적인 것으로 세계인을 감동시켰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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